직업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해?
전혀. 안정적이진 않다고 생각해. 내 직업이 안정적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앞으로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도 그거 때문일 거야.
면허가 있으니 취업에 어려움은 없잖아. 거기서 오는 안정감도 없는 걸까?
‘어디든 갈 수 있다’ 이런 느낌은 있는데 그것도 사실 자기 하기 나름이지. 어떤 시험을 준비해서 계속 떨어지는 사람은 계속 떨어지고, 아직까지 무언갈 준비하는 사람도 있잖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그리고 안정적이라는 게, 내가 생각하는 안정적임에 기준은 만족도가 백 퍼센트고 이 직업을 평생 할 것이고 이직 생각이 들지 않으면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 거 같아. 근데 그게 아니라서. 나는 1인 가구고, 나와서 살기 때문에 앞으로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이런 미래를 크게 봤을 때는 되게 불안정적이라고 생각이 든단 말이야. 교대를 하게 되면 애는 누가 봐주며, 등의 미래를 생각해 봤을 때 다른 일을 찾아야 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당장은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뭔가 답이 없는 고민을 계속, 계속해. 돌잖아 뭔가. 고민만 하면서 명확한 답은 없어. 그래서 슬프다.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잖아.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음… 그게 젤 어렵다. 잘 모르겠어. 너무 어려운 거 같아. 내 직업은 간호사니까 지금은 간호사가 해야 하는 일, 그거를 하루하루하면서 살아가고 있지. 현재로서는 적성에 맞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는 내가 더 발전하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다른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그게 뭔지를 잘 모르겠어. 내가 그거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는 거야.
이 일을 하면서 쌓아온 것들을 토대로 또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다?
어. 이 직업을 가져서 만족도 느꼈고 많이 성장했지. 그래도 뭔가 더 나아가고 싶지. 솔직히 간호사로서 하는 일은, 비슷해. 신규 때 선생님들이 지겹다고 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어. 그때는 맨날 새로운데 도대체 뭐가 지겨운 거야, 이런 생각을 했었단 말이야. 그 연차에 올라와보니까 뭔지 알 것 같은 거야. 대학원을 가는 게 뭔가 새로운 시도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사실 이게 사람 생명과 관련된 일이잖아. 항상 날이 곤두서 있긴 해. 특별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일을 하는 동안엔 마음이 불편하단 말이야?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고 싶어. 누가 죽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간호사가 아닌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건 없고?
응. 관련된 일을 하겠지. 카페 해보고 싶은데. 적어도 저 커피 마시다가 누가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되잖아. 그렇지만 진짜. 진짜. 나의 이상향. 이룰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까. 좋아한다고 다 할 수 없는 거고.
할 수도 있잖아.
할 수도 있지만. 해왔던 것들을 버리고 싶지가 않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싫어서 못 견디는 일도 아니고,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기보다는 지금의 전문성을 더 키우고 싶어. 그게 현재로서는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그래서 대학원 생각도 해보고 그러는 거야. 내 주어진 환경에서 더 깊게 들어가고 싶어서.
주어진 환경에서 잘하고 싶은?
맞아. 항상 튀지 않는 삶을 추구했어. 튀진 않아도 그 환경 속에서 열심히 하고 잘하고 싶은 생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나한테 잔잔한 호수에 백조 같다고 그랬거든? 엄마 아빠가 가끔 그 얘기를 해. 잔잔히 그 호수에 떠있는 백조처럼 산다고. 하하.
어떤 목표를 두고 거기에 필요한 것들을 하면서 살아온 거잖아. 재미없지는 않아?
뭐, 변수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음. 필요한 것도 제대로 잘 못하는 삶이라서 다른데 눈 돌릴 틈이 없달까. 추구한 대로 방향이 흘러가면은 편하겠지. 그런데 목표는 누구나 가질 수 있어도 실천을 잘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고 생각해. 실천까지 잘하면 좋겠지. 난 실천을 잘 안하는 쪽이라….
주변에서 나랑 같이 졸업한 사람들 인스타 보면 '공무원 합격' 이런 게 요즘 올라와. 그 사람들은 내가 임상에서 버틸 때 나가서 공무원 준비한 거야. 그걸 보면 오 대단하다, 싶지. 나는 몇 년 동안 여기서 일을 하고 있는데 때려치우고 나가서 다른 일을 하겠다고 찾아서 준비를 하고 이런 게 멋있어 보여. 그런 결심이, 그리고 이뤄내는 게.
아까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그럼 그 미래를 고민하는 과정의 작은 목표가 있을까?
미래의 불안정이 걱정은 되지만 내 스스로 지금 생활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새로운 일을 하거나 직장을 바꾸지 않는 것 같기도 하네. 신입 때 첫 목표는 1년을 버티기였는데 1년을 버티니까 2년이 되고 2년 버티니까 3년이 다 되어가. 그러니까 아, 조금 더 할 수 있겠네? 싶은 생각이 들었어. 그렇게 조금씩 오다보니까 병원 내에서도 아직 못 해본 게 많다는 걸 알게 됐어. 예를 들어 내가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아서 성장을 했듯이 나도 알고 있는 지식들을 후배나 신규 선생님들을 가르칠 수 있는 위치가 된단 말이지. 그걸 잘 소화해 내고 싶어. 중간 연차로서 어느 정도 병원에서의 위치도 인정받고 싶고.
일에 있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그 조직 구성원 내에서 내가 좀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