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쓴 <연패의 삶: 져도 이기기>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우리는 서로 다르고, 그래서 다르게 쓰인다. 다른 것을 알아보는 사람들과 함께." 늘, 보이는 것을 보는 사람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저 보여서 볼 수 있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당장은 보이지 않아도 봐야 할 것을 알아차리고 볼 것.
드러나 있는 것들은 쉽게 보이지만 알아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경우, 정말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영역에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런 것은 드러나지 않은 것도 살피는 사람들에게 발견됩니다. 그래서 이번 레터는 그렇게 살핀 사람들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 선수와 김도균 코치의 이야기입니다. 도쿄 올림픽 이전 슬럼프를 겪던 우상혁 선수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를 독려하고 이끈 것이 김도균 코치라고 하죠. 우상혁 선수는 파리 올림픽에서도 세계 7위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본인의 최고 기록보다 낮은 기록에 아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김도균 코치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때문에 눈물을 보였다고 해요.
⏤ 생각씨앗 시즌 1에서 '백락과 천리마'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딱 그게 생각나더라고요. 아무리 좋은 말(=천리마)이어도 알아보고 키우는 사람(=백락)이 있어야 그 말이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한다는 고사입니다. 우상혁 선수가 갖고 있는 '많은 걸' 알아본 김도균 코치는 선수가 직접 ⌔인터뷰에서 "저보다 고생을 더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선수를 깊게 살핀 사람이자 노력하고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육상 전문 기자인 하남직 기자는 김도균 코치가 "논문도 찾아보시고 공부를 확실히 많이 하시는 것 같"다며 "노력하는 지도자이자 확실한 이론가"라고 말했습니다(❍의 다큐).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를 믿고, 그 믿음을 선수에게도 믿게 하는 사람(❍의 다큐).
(번역) 그게 바로 운이 작용하는 방식이고 기회가 작용하는 방식입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찾지 않으면 그것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냥 지나갑니다. (...) 무엇이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지하고 계속 찾아야 합니다.
﹆ 사업가 엘레나 에셔가 리더십을 주제로 하는 팟캐스트에서 언급한 빨간 차 이론의 일부입니다.
⏤ 일상적으로 빨간 차들이 지나다니지만 평상시엔 기억하지 못하다가, 빨간 차를 봐야겠다고 의식하는 순간 몇 대가 지나갔는지까지 기억할 수 있는 것처럼, 기회라는 것도 그렇다는 것입니다. 어디에나 있지만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의식하여야 하며 계속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번역) 그는 그가 만든 2인용 실험 비행기를 타고 온다고 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은 자기가 만든 5인용 실험 잠수정을 나에게 타라고 홍보하려고 2인용 실험 비행기를 타고 오는 사람이구나. 나와는 위험의 수용 범위가 다른 사람이구나.
﹆ 작년 타이타닉 호를 보기 위해 오션게이트의 잠수정에 탑승한 5명 전원이 잠수정 폭발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탑승 확정 직전에 취소한 한 부자(父子)는 여러 우려할 만한 부분과 더불어 오션게이트 대표의 말과 행동에서 꺼림직함을 느끼고 탑승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해요.
화씨가 답했다. 저는 발이 잘린 것을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옥을 돌이라 하고 곧은 선비가 거짓을 고했다 하여 슬퍼하는 것입니다. (문)왕은 곧 옥장이에게 옥돌을 다듬게 하여 보배를 얻었다.
출처 ・ 韓非子(한비자) 和氏篇(화씨편)
﹆ '화씨지벽' 고사입니다.
⏤ 화씨는 산에서 발견한 돌이 곧 옥돌이며 옥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귀중한 것을 여왕에게 바쳤으나 여왕은 옥도 그도 알아보지 못하고 화씨의 발을 잘랐습니다. 위에는 생략했지만, 이어서 즉위한 무왕에게도 진상하였으나 무왕도 여왕과 마찬가지로 옥도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고 화씨의 오른쪽 발을 자릅니다. 화씨가 두 발을 잃고 문왕이 즉위하고 나서야 화씨의 돌은 다듬어질 기회를 얻게 됩니다. 화씨는 마침내 '곧은 선비'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문왕은 돌을 다듬어 귀한 보배인 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제가 좋아하는 고사 중의 하나인데요, 화씨의 벽(=옥)처럼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내던져진 귀한 것들이 지금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화씨처럼 돌 속에 있는 옥을 알아볼 재주가 안 된다면 적어도 알아본 누군가가 그 사실을 말했을 때 문왕처럼 무시하지 않고 그 말을 들어볼 분별력을 갖춘 사람이라도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해요.
지지난 레터 '발견'에 언급했던 원영적 사고 번역기 기억하세요? 개발자분이 재밌는 걸 만드셨더라고요. 일명 '춘자'. 입력한 영어 이름을 우리나라 이름 중 비슷한 느낌의 이름으로 변환해 주는 변환기입니다.
7월 말에 본 영화
최악의 하루 | 김종관 ㄴ "요즘은 살고 있는 게 연극이에요. (...) 근데 연극 이런 게 할 때는 진짜에요. 근데 끝나면 가짜고." "그럼 저랑도 연극 하는 건가요" "뭐, 아마도."
7월 말에 읽은 책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 황의진 | 반비 ㄴ 여성들의 자기사진 찍기에 대한 탐구서입니다. 여성의 일상적 자기사진 찍기는 단순히 과시적 자기표현으로 여길 수 없으며, 카메라라는 기계의 기술사회적 변화와 사진이라는 영역에서 역사적으로 관찰되는 여성의 역할 사이에서 자기 및 자기 서사를 구현하는 행위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
영감 덤프에 초대합니다! 좋은 생각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영감 씨앗을 공유하고 추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싶어 마련해 보았어요. 저도 본문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것들이나 생각 더하기에 언급했지만 더 말하고 싶은 것들을 여기에 공유하려고 합니다. 놀러 와 주세요!!! 자유롭게 글 써주세요!!! 여러 사람의 생각이 쌓이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 의미 있는 여정에 동참하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