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진심을 담고 상대에게 진심을 꾸밈없이 드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고 깨닫는 요즘입니다. 그렇지만 참 어려운 일이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솔직해지기가 더 쉽지 않은 듯 해요. 오늘은 지난 레터의 '진짜 찾기'에 이어서 '진심 담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전달하는 세 가지 메시지를, 여러분께 보내드립니다. 제 진심이 전해졌을까요?
태연: 근데 저는 가수에 정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듣는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 없어요. 본인 (재재, 가비, 승헌쓰를 가리키며) 진심이잖아요. 지금 하는 거.
재재: 그럼요.
태연: 그럼, 진심이면 돼요.
﹆ '문명특급'의 혼성그룹 프로젝트 '재쓰비' 콘텐츠에 멘토로 나온 가수 태연이 무대에서 노래를 실연하는 가수로서의 자신감이 부족한 댄서 가비에게 조언을 해주며 이어진 대화이다.
⎯ "진심이면 된다"라는 태연의 말이 좀처럼 귀를 떠나지 않았다. 어떤 일이든 진심으로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갖고 임해야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게 된다. 무언가를 완결짓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진심 외에 끼어드는 수많은 불순물이 우리 마음을 어지럽히기 때문이고, 가끔은 그 불순물에 진심이 사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비가 겪은 자신감 결여나 두려움이 진심을 잡아먹은 것처럼.
❍ "혹시 숙모는 진심이라는 단어를 너무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거 아니에요?"
<헬프 미 시스터> | 이서수 | 은행나무
진심이긴 한데요, 숙모, 우리한테 진심이라는 건 쉽게 변할 수 있는 거라서 믿으면 안 돼요. 왜 그런 거냐고 물어도 할 말이 없는데, 혹시 숙모는 진심이라는 단어를 너무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거 아니에요?
준후는 속으로만 되묻고 쇼파에서 일어났다.
﹆ 이서수 작가의 장편 소설 <헬프 미 시스터>(240쪽)에서 주인공의 조카인 준후가 '진심'을 생각한다.
⎯ 나는 이 소설 속의 숙모, 그러니까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진심은 고귀하다. 그게 진심의 속성이자 환상이다. 사실 진심이란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 한편 나는 어렵게 군다. 대의나 사명 따위를 외치면서, 그게 내 진심이라면서, 그런데 정작 제대로 뭘 하진 않는다. 모순이지, 위선이고. 몸이 가벼워야 좋은 컨디션으로 잘 움직일 수 있듯이, 마음에도 가벼운 진심이 필요한 걸까?
•진심으로 쓰기•
출처 ・ <부지런한 사랑> | 이슬아 | 문학동네
수줍음이 많아 보이지만 원고지에 쓰는 글은 대범해서 놀라웠어. 남들이 잘 말하지 않는 진심의 엑기스를 아무렇지 않게 써버리더라.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 (…) “소문을 퍼뜨리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지만 예쁘고 귀여운 단짝이라 내 입을 지퍼로 꽉 닫았다”라든지, (…) 무섭거나 억울하거나 부끄럽거나 비겁한 마음을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쓰는 것도 대단해.
﹆ 작가 이슬아의 글방 에세이. 청소년들이 쓴 글과 작가가 그들에게 쓴 편지가 담겼다. 인용(101쪽)은 '열두 살 서민영에게 스물다섯 살 이슬아가 사랑을 담아'라는 편지의 일부다.
⎯ 같은 글에서 작가는 민영이 진심의 엑기스를 돌려 말하지 않고 쓸 때 "황홀하다"고 언급했다. 진심이 있는 글은 힘이 있다.
출처 ・ <스무 해의 폴짝> | 정은숙 (인터뷰어) | 마음산책
왜 산문 쓰기는 이렇게 주저하게 되는가 싶은데 산문이 진짜 헐벗은 고백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고백을 할 요량이 아니면 시작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독자로서도 산문집을 읽다가 글쓴이가 고백을 하려다 말았네, 감추면서 쓰네, 이런 게 느껴지면 그 책은 진실되지 못하게 남거든요.
﹆ 출판사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의 작가 인터뷰집. 인용(174쪽)은 조경란 작가의 인터뷰 ‘매일 네 시간을 반복하는 게 중요하죠’의 일부다.
⎯ 내가 쓰고 내가 아는 나의 가짜 글이 있다. 이런 글 대부분은 글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잘못 읽힐까 봐 솔직해지지 못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그 말은, 내가 그들에게 글에서 말하려는 그 진심을 하나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쓸 수 없다는 뜻이 된다. 하하. 미 안 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 연애 예능 '연애남매'에서 출연자 초아의 진심이 담긴 메모. 상대에게 직접 전하지 못하고 방송을 통해 공개되었다.
⎯ 최근 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에서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나누는 대화가 시청자들에게 공통된 인상을 남긴다는 점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애초에 편집된 영상을 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상대를 대하는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서 진심을 느끼고 또 다른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서 진심이 감춰져 있음을 느꼈다. 후자의 경우 그렇기 때문에 거북하다는 반응까지 있었다. 우리는 진심을 담은 것과 진심을 담지 않은 것을 그렇게까지 기민하게 감지한다.
❍ 생각 더하기
취향이라 추천하는 나상현씨밴드의 신곡 '낙하'
"그래 다 그런 거지 뭘 더 바라지는 않아 난 그냥 이대로 떨어지지 않도록 꽉 붙잡아줘요"
⎆진심을 담아
저는 진심을 말하기 어려워합니다. 그러면서 진심만큼 사람을 움직이는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을 전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진행중…. 여러분은 진심을 잘 표현하는 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