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말의 사유: ⎆캐런을 아세요?
안녕하세요, 생각씨앗입니다.
몇 년 전쯤, 숏폼 영상을 보다가 영상 속 인물을 'Karen(캐런)'이라고 지칭하는 댓글을 보게 되었어요. 영상은 미국의 어떤 마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싸움을 담고 있었죠. 이용자라면 당연히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인데도 다른 운전자의 인종을 이유로 대지 말라고 하는 상황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여성 이름으로 자주 사용하는 'Karen'이라는 이름이 댓글로 달려 있었습니다. 왜 다들 저 사람을 캐런이라고 부르는 거지...? 의문을 가지며 찾아보니, 이게 슬랭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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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은 갑질하는 사람, 진상, 무례하게 난동을 피우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는데요, 이들의 진상 행동이 인종 차별의 일환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들'의 대표성이 있었겠죠. 사람들은 백인 중년 여성에게 흔한 이름인 '캐런'으로 이들을 지칭하게 됩니다. 위의 영상 말미에도 언급되었지만, 실제로 캐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와는 상관없이 그 이름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인 인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려가 되는 지점이죠. 요즘은 캐런이라는 이름으로 아기 이름을 짓지 않는다고도 하고요.
우리나라에서 혜자, 창렬 등이 흔히 사용되었던 때가 있다는 것 기억하시나요? 최근에도 화제성 있는 인물이 나타나자 이름과 관련된 밈이 생겨나기도 했어요. 이처럼 우리도 이름으로 표현을 대체하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궁금했습니다. 이름이 도대체 뭐길래. 우리는 이름은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날까. 그래서 10월 말의 사유서는 이름과 대표성에 대해 탐구해 보았습니다.
그럼 11월에도 사유합시다.
2024-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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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 언젠가 어려운 건 어렵게 얻자는 표현을 본 적이 있어요, 그동안 비효율적인 사람으로 살아왔는데 꾸역꾸역 반복하고 느리게 천천히, 그냥.. 그러면 되는구나 싶어졌죠. 또 하나의 문장을 담고.. 그래서 그런지 어렵다는 건 불편한 게 아니라 생각해요 그러면 또 뭐 어때요, 어려우면 어려운 거 뿐이지 하고
혜현의 답장 💌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내가 어려운 것도 쉽게 하려고 해서 사달이 난다고. 실은 어려운 건 어려운 거니까 어려운 대로 해내면 될 뿐이었는데 말이에요. 구독자님의 메시지를 읽으며 '그냥'이라는 말이 왜인지 그렇게 좋았네요.
📥 어려움은 나 하기에 따라 어려운 게 아니지 않을까요. 내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어려운 겁니다...?
혜현의 답장 💌 ㅋㅋㅋ! 그것도 맞죠! 어려워 보이는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들은 애초에 그걸 어렵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건지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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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지난 뉴스레터입니다. 미처 읽지 못했다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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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쉬운 이름 vs. 어려운 이름
⎯ 사람들은 Erick이나 Kirk처럼 꺾이는 발음이 나는 이름을 가진 이들보다 Maria처럼 쉽게 흘러가는 발음의 이름을 가진 이들을 더 친화적으로 느낀다고 합니다.
2. 흔한 이름 vs. 흔하지 않은 특이한 이름
⎯ 짧은 기간을 기준으로 보면, 흔하지 않은 이름은 호감도를 낮추기도 한다고 해요. 그렇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특별하다는 감각의 임파워먼트 때문에 이점이 된다고 합니다.
⎯ 흔하지 않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회사 조직에서 일하는 직업을 가지기보다는 보편적이지 않고 특이한 커리어 패스를 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높은 창의성과 열린 사고 방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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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과 관련된 몇 가지 연구 결과입니다.
⌔ 출처 (⎯ 순서대로)
- Sidhu, D. M., Deschamps, K., Bourdage, J. S., & Pexman, P. M. (2019). Does the name say it all? Investigating phoneme-personality sound symbolism in first name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8(9), 1595–1614.
- How your name affects your personality, Christian Jarrett. https://www.bbc.com/future/article/20210525-how-your-name-affects-your-personality
- Bao, H., Cai, H., DeWall, C. N., Gu, R., Chen, J., & Luo, Y. L. L., Dr. (2020, March 10). Name Uniqueness Predicts Career Choice and Career Achievement.
- Kang Y, Zhu DH, Zhang YA. Being extraordinary: How CEOS' uncommon names explain strategic distinctiveness. (2021) Strat Mgmt J. 42: 462–488.
⎯ 이름의 발음이 어려우냐 쉽냐에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다는 건 이름이 알게 모르게 사람을 판단하는 하나의 속성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려나요. 그뿐만 아니라, 이름의 특이성이 직업이나 생각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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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st important anchorage to our self-identity throughout life remains our own name.(일생에서 우리 자아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앵커리지는 우리의 이름에 있다)"
- Gordon Allport (19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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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Warren, H.C.; Carmichael, L. 1930. Elements of human psychology (Rev. Ed.). Boston, MA: Houghton Mifflin, 333. Cited in Allport, Pattern & growth in personality (1937/196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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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과 존재 ・・・ 책
이름생존자. | 이시마 | 튄 |
・・・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미야자키 하야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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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만 태어나라고, 네가 아니라 남동생이 태어났었어야 한다고 한다. 나의 존재를 가족의 기록에서 '생략'한다. 이것이 나의 이름의 의미다. (...) 모두가 나의 이름을 부르고, 모두가 나를 이름으로 부른다. 그들이 이름을 부를 때 그들은 안다. 내 존재가 가족에게 귀찮았다는 것을. (...) 그것이 평생이다. 그것에서 살아남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생존자다. 내 이름에서 내가 살아남았다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이름이, 이름 문화를 둘러싼 젠더 폭력이 삶을 고립시키고 고집스럽게 옭아맸다." (26쪽~28쪽)
﹆ 상심, 절자, 월희, 해남... 이 책에 등장한 인터뷰이의 이름들입니다. 책은 남아선호사상 속에서 태어나 이름 붙여진 여성들의 이름을 중심으로 그들 삶의 궤적을 쫓아가고 있습니다. |
"이름 한번 거창하구나. 이런 글자는 다 필요 없어. 앞으로 센이다." - 유바바
"이름을 뺏기면 돌아가는 길을 잊게 돼. 난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안나" "괜찮아. 진짜 이름도 되찾았으니까" - 하쿠
﹆ 영화에서 이름이 중요한 소재라고 여겨졌습니다. 치히로가 새로운 세계로 들어왔을 때 이름을 잊지 말라는 조언을 듣죠. 이름을 잃는다는 것과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의 관계. 그리고 이름을 잊지 않는 것이 어떠한 영향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상징성을 생각해 볼만한 영화입니다.
⎯ 이름은 '존재'하게 하고, 존재는 '이름'으로 살아있습니다. 이름이 무엇이냐에 따라 어떻게 존재하느냐도 달라지는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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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 명왕성은 신경쓰지 않아요.
명왕성을 우리가 행성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 일어났거나 비극적인 사건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다만 우리가 부르는 이름이 바뀌었다 뿐이죠."
﹆ 2006년 국제천문연맹은 행성 분류법을 바꾸고 76년간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이었던 명왕성을 행성이 아닌 소행성으로 분류합니다. 명왕성은 134340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알쓸인잡에서 심채경 박사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 분류에 따른 이름이란 인간이 만든 기준에 따라 변화하는 상대적인 것. 하지만 영상 속 가수 RM과 김영하 작가처럼 그 기준이 바뀌어서 분류가 바뀌어서 이름이 바뀌어서 왜인지 슬픔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냥 이름이었을 뿐이지만, 우리가 처음부터, 적어도 2006년 이전의 이름을 알던 사람들은, 그 이름을 의미 있게 기억했기 때문에 조금 착잡한 마음이 드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며 앞 글자를 따서 외우기까지 하고,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행성의 동료 같은 느낌도 들었으니 말이죠. 내가 사는 곳에서 82km 떨어진 어딘가에 사는 사람이 이름을 바꾸든 바꾸지 않든 아무렇지 않지만, 당장 나와 사는 배우자나 가족이 이름을 바꾸면 뭔가 느낌이 다른 것처럼 우린 소행성 134340을 꽤 가깝게 생각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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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과 분류 ・・・ 책
자연에 이름 붙이기 | 캐럴 계숙 윤 ・ 정지인(역) | 윌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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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움벨트가 존재한다는 것, 즉 생명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인간 특유의 시각이 존재한다는 사실" (37쪽)
"기원전 2000년경의 것으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 알려진 비문은 (...) 동물 종들의 목록이다. 그리고 구약성경에서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최초로 한 일은 무엇이었던가? 하나님은 아담 앞으로 동물들이 줄지어 지나가게 했고, 성경 최초의 박물학자인 아담은 지상의 동물들을 분류하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문자로 기록된 최초의 역사가 우리 인간 종이 한 말들을 보존하기도 전에, 우리 종은 우리 움벨트의 비전을 보존했다." (41쪽)
*움벨트: 우리가 한 종으로서 공유하고 있는 공통적으로 지각된 세계
﹆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시나요? 그 책의 핵심으로 등장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움벨트라는 개념을 토대로, 태초부터 이름을 짓고 분류를 했던 인간이 "별 노력 없이 알아보는 기본적인 자연 질서"가 있다는 것, "세상 사람들이 분류하는 방식이 정형화되고 한결같다"라는 걸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학자들이 자연에 어떻게 이름을 붙이고 분류해 왔는가를 탐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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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and nest⦦
제안 문의 협업은 아래 메일로
seedsofthought.bi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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