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에게 좋은 조언을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딴에는 그들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막상 조언을 따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요.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들이 제게 원한 것은 제대로 된 조언이 아니라 그저 응원 또는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홍대에서 만난 솜사탕 트럭
"절망은 녹이고, 꿈과 희망을 만드는 꿈꾸는 솜사탕"
고민하고, 흔들리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우리를 찾아오고, 어떤 결심의 순간에 필요한 것은 다만 솜사탕이 아닐는지요. 절망은 녹이고, 희망은 채워줄 응원 같은 것 말이죠. 희망 아닌 것들은 찾은 적이 없는데도 희한하게 제 스스로 곁을 꿰차곤 합니다. 오늘만큼은 희망 아닌 것은 녹이고 희망을 채우도록 합시다.
﹆ 에그이즈커밍의 나영석 PD가 후배 예슬 PD에게 줄 평양냉면을 직접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며 한 말입니다.
⎯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에도 주춤하게 되는 상황이 참 많습니다. 쉽게 하지 않는 일이라면 더욱이, 시도하기 전부터 이미 해도 괜찮나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말이죠.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런 거 다 정말 별거 아니고 어려워 봤자 평냉 만드는 수준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아무래도 좋으니까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는 게 첫 번째겠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함정이지만….
﹆영상에 이유가 명확하게 나오진 않지만 몇 달간 고민하다가 삭발을 실행에 옮겼다고 하는데요, 미용실 원장님과 손님이 그의 결심을 응원합니다.
"머리만 밀은 줄 알았는데 그냥 전부 밀어냈구나 했다. (…) 여기서부터 다들 눈물을 흘리셨다.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사연이 있겠거니하고 다들 슬퍼해줘서 지금 내 상황에 힘이 났다. 불치병에 걸려 투병을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마음이든 몸이든 아픈 곳이 있냐? 라고 물으면 두 곳 모두 긍정이 없었기에 더욱 위로가 된 것 같다. 나의 20대는 미디어 매체에 나오는 것처럼 생각보다 찬란하지도 않았고 모든 것이 미숙했던 나에게 어렵고 아파서 후회만 남았다. (…) 그래서 머리를 밀었다. 앞으로 내가 가야할 방향에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아서 후회도 미련도 지난 날도 그렇게 다 버렸다."
어떤 결심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희망은 깨어 있네> | 이해인 | 마음산책
❍ 생각 더하기
11월에 본 영화
🎬 마스터 | 폴 토마스 앤더슨
ㄴ 결핍과 나약함. 주인공의 결핍과 나약함을 지켜보는 내가 주인공에게 기대하는 것과 주인공이 '마스터'에게 기대하는 바가 별반 다르지 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