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동안을 생각하면...😮💨 인간의 욕심과 권력이 만난 최종장을 본 느낌이었습니다. '나'를 중심에 중심에 중심에 둔 사람의 모습과 여의도를 비롯 곳곳에 모여 '서로를 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조적이었어요. 삶에서 '나'는 중요하겠죠. 하지만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서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나 하나만의 이익을 위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서로에게 빚지며 살아갑니다. 남을 위하는 마음이 필요하고, 남을 위하면 결국 나를 위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번 레터의 주제는 '위하는 마음'입니다.
📥 제게 솜사탕은 식물이에요. 어렸을 때 가졌던 꿈이 있어요. 밝히긴 좀 그렇지만 아직까지 포기하지 못했답니다. 사는 일이 바빠서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미루다 지금까지 왔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작은 식물을 하나 키우기 시작했어요. 작은 다육 식물이에요. 이 친구 정말 생명력이 대단하더라고요. 자라는 게 눈에 보이고 이렇게까지 벅찬 기분을 느낀 건 처음이었어요. 문득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도 조금씩 작게나마 시작하면 눈에 띄게 커있는 때가 올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ㅎㅎ 이 친구가 제게 와줘서 감사하고 좋아요.
운영자의 정체가 궁금하시면 이곳을 사유서를 쓰시오의 정체가 궁금하시면 이곳을 생각씨앗의 처음이 궁금하시면 이곳을 탐방해주십쇼.
"만약 뭔가 잘못돼서 문서가 흐트러져 아메바 같은 것이 인간 같은 힘을 갖는다면, 인간처럼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기 주변의 먹이를 먹어 치우는 것뿐이라면······." - 케이
﹆ 케이가 카네다에게 테츠오가 힘을 얻은 뒤 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 재개봉한 영화 <아키라>를 봤습니다. 실은 십여 년 전에 봤었는데 오토바이 폭주 장면만 기억에 남아 있었어요. 다시 보니 영화엔 전쟁, 계엄령, 사리사욕을 챙기는 권력자들, 선동과 거짓말, 쿠데타,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언론 통제, 다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키라의 힘은 누구에게나 존재해. 그 힘이 깨어났을 때 준비가 돼 있지 않더라도 그 사람은 어떻게 쓸지 선택해야 해." - 케이의 몸을 빌린 키요코
﹆ 초능력 실험체 중 한 명인 25호 키요코가 '아키라'라는 힘을 사용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합니다.
⎯ '테츠오'(사진 속 망토를 두른 인물)는 우연히 초능력 실험체 26호 타카시와 충돌해 초인적인 힘을 각성하게 돼요. 그는 유약한 자신을 어렸을 때부터 챙긴 카네다에게 열등감이 있어, "나한테 명령하지 마! 왜 매번 나를 구하러 오는 거야."라며 자기를 위하는 카네다의 마음을 바르게 받아들이지 못해요.
테츠오는 갑작스레 얻게 된 전능한 힘에 도취해 거슬리거나 수틀리면 죽이고 파괴하는 행보를 보입니다. 그는 오로지 자기과시를 위해 힘을 씁니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대혼란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반면 영화 속 다른 초능력자들은 세상을 생각합니다. 새로운 동료인 테츠오를 생각하고 아키라를 생각하고 카네다를 생각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내 성공과 닿아있는 타인의 행복•
<그릿> | 안젤라 더크워스, 김미정(역) | 비즈니스북스
⎯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안젤라 더크워는 저서 <그릿>에서 성공은 재능이 아닌 '그릿'이 좌우한다고 설명합니다. 책에서 그릿은 열정과 끈기의 조합으로, 열정의 원천 중 하나는 목적의식인데요. 이때 책, 즉 그릿에서 말하는 '목적'은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려는 의도'입니다. 이타성이 열정을 유지하는 원천이자 동기가 된다고 말해요.
책 종이 가위 (2023) | 히로세 나나코
"'코사에루(차리다)'라는 단어를 후기에 썼는데 (...) 할머니가 썼던 말이야. 난 '차리다'란 말 자체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 '코시라에루'야말로 디자인에 가장 걸맞은 일본어야. 설계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하는 행위니까. 만드는 건 내가 하지만 타인 없이는 성립이 안 돼. 디자인도 타인을 위한 거야." *자막 그대로 옮김.
⎯ 다큐멘터리 <책 종이 가위>에서 북 디자이너 기쿠치 노부요시는 '차리다'라는 에도 사투리와 디자인은 '누군가를 위해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닮았다고 말합니다.
"서로 듣는 거. 각자 자기 악보만 갖고 있거든요, 자기 파트. 그 사이에 있는 다른 소리를 다 들어보면 어디서 내가 서포트해야 하고 어디서 내가 앞으로 나가야 하고 이런 걸 이제 느낄 수 있죠. 세상도 오케스트라처럼 사람들이 잘 살면 아주 조화로운 세상이 돼요." - 박영민 교수
﹆ 유튜브 채널 ootb STUDIO의 콘텐츠 '전과자' ep.75 추계예대 관현악과 편 합주 실습 때 진행자 이창섭의 질문에 대한 관현악 합주 수업 지휘자 박영민 교수의 대답입니다.
⎯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내 삶을 들여다 보며 살아갑니다. 각자 자기의 악보를 보는 연주자처럼. 우리는 들어야 합니다. 누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나는 어떤 소리를 내는지. 그리고 느껴야 할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
❍ 생각 더하기
12월에 본 영화
🎬 아키라 | 오토모 가츠히로
12월에 읽은 책
📚 우리를 바꾸는 우리 (정치와 약속 탐구) | 조무원 | 민음사
ㄴ "정치란 약속이다. (...) 이 책은 약속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약속으로서의 정치는 동등한 우리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 한낮의 어둠 (극단주의는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는가) | 율리아 에브너, 김하현(역) | 한겨레출판
ㄴ 열 개 극단주의 집단에 작가가 직접 잠입하여 써낸 논픽션. 오늘날 극단주의 운동이 인터넷과 만날 때 어떠한 역동이 발생하는지,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며 왜 어떻게 극단주의 이념에 경도되는지 설명합니다.
⎆위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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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곳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상향, 하향 버튼이 둘 다 눌려 있을 때 상향 버튼을 먼저 눌러도 하향 우선이 되어 내려가 버려요. 그래서 주차장 이용객이 아닌 입주민들은 한참 동안 기다릴 때도 많습니다. 오늘 집에 오는데, 1층에 이미 하향이 눌려 있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문이 열렸는데 못 보셨어요. 그래서 불러서 "여기 열렸어요."하고 말해드렸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지만, 사실 그 엘리베이터를 그분이 놓쳐서 다시 하향 버튼을 누르면 제가 다시 기다려야 하기에 말씀 드린 것 뿐이에요. 말하자면 그분을 위하는 마음보다는 저를 위한 행동이었던 거죠. 제가 우습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마음이라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그나마 낫지 싶기도 하고... 이런 '위하는 마음'도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