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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초의 사유: ⎆애정 필터
안녕하세요, 생각씨앗입니다.
새해가 왔군요. 이메일 제목에 기호를 바꿔보았습니다(❍). 연도 구분을 하려고요. 하핳.
이번 레터는 쇼츠와 릴스의 세계를 유영하다가 만난 팬 계정들 때문에 다루게 되었어요. '팬 계정'은 유명인의 팬들이 본인이 좋아하는 유명인의 활약이나 사진 등을 아카이빙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은 출퇴근 길 대화라든가 덕질 브이로그 등 올리는 콘텐츠 범위가 확장되었지요.
보다가 느낀 점은 셀럽들이 방송에서보다 이들의 영상에서 더 빛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계정 때문에 입덕한다' 또는 'OOO 이런 성격인 줄 몰랐는데 매력 있다'라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를 빛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오. 16일 자로 2편 나왔어요. *원래 레터 제목 '애정 어린 시선'이었는데 2편 댓글에 '애정 필터'라는 말이 좋아서 냉큼 빌려왔슴다.)
전: 근데 그 에너지의 원천은 뭐야? 민경이를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 힘!
강: 에너지의 원천은 (...) 오히려 이렇게 내가 담아내서 이 사람이 빛날 때 내가 체득하는 감정이 있는 거 같아. 훨씬 더. 해리 언니 거 찍어 주면서 많이 느꼈어.
송: 네가 너무 해리 언니를 사랑하니까. (...)
강: 내가 좋아하는 사람...
송: 더 아름답게 찍어주고 싶고,
강: 이 사람의 몰랐던 매력을
송: 알려주고 싶고
강: 근데 그래도 그 안에 제 터치가 들어가 있잖아요. 거기서 오는 만족감이 큰 것 같은?
송: 근데 그건 사랑 없인 안 되지.
✽
⎯ 유튜버(ㅎㅎ) 강민경이 편집한 '송혜교 브이로그'. 인급동 1위에 오를 정도로 지난 며칠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녀는 전여빈・송혜교 배우와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주변인을 촬영하고 그 사람이 빛날 때 얻는 에너지가 크다고 말해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나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잘 아는 사람이겠죠. 미처 몰랐던 내 사랑스러운 면을 발견해 주는 사람. 애정 어린 시선은 누군가에게 닿아 빛이 됩니다. 애정 필터는 그 사람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필터인 셈이에요. 개인적으로 이런 시선이 익숙지 않은 사람인데, 내가 그러질 않으니 남도 그러질 않는 것이겠죠. 타인을 향한 칭찬과 응원에 박한 듯. 경계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사랑으로 시선을 보낼 수 있도록…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갑분성찰). 라고 쓰고 다른 일정하고 왔는데 일은 같이 많이 해봤지만 대화는 거의 처음 해 본 사람한테 칭찬 들음ㅇ_ㅇ 여러분 이렇게나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 최근 드라마 <원경>에서 원경왕후 연기로 호평을 받으며 활약 중인 차주영 배우의 팬 계정입니다. 촬영장이나 스케줄 퇴근 시간에 만난 팬들을 대하는 모습이 친근하고 따뜻해서 매력적이라는 반응이 많아요. 의무라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사람 대하듯(?) 대하심. 뭔 말인지 아시죠? 뭔 느낌인지 아시죠!
﹆ FNC엔터 소속 그룹 앰퍼샌드원 팬싸 브이로그를 올리는 계정입니다. 반년 만에 만난 팬을 보고 어쩔 줄 모르는 멤버 나캠든의 모습에 알고리즘의 마음(없음)도 요동쳤는지... 제 알고리즘에 나타남. 225만 회 중에 n회 담당. 다시 찾기 힘들어서 포기했지만 "이 계정에서 나캠든이 가장 멋있어 보인다"라는 뉘앙스의 댓글이 있었더랬죠.
﹆ 배우 홍경의 취향을 아카이빙하는 팬 계정입니다.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배우의 취향을 모아 보여준다는 건 이 사람의 연기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이 사람의 총체를 사랑한다는 느낌이라 인상적이었거든요. 언젠가 소개하고 싶어서 기억해 둔 계정입니다만, 작년 8월 이후 게시글은 올라오지 않고 있네요.
⎯ 이옥섭 감독의 "만약에 누가 너무 미우면 사랑해 버려요"라는 말이 방영 당시 화제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말이 나온 맥락에서 제게 인상 깊었던 게 바로 이 시선이었어요.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이 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을 사랑스럽게 그리고 싶어진다는 말. 누군가가 소중해서 관찰하는 시선이 애정 어린만큼, 미운 이를 관찰하는 시선도 얼마든지 사랑스러워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답니다.
❍ 생각 더하기
1월에 한 게임
🎮 페이크북 | 반지하게임즈
ㄴ 페이크북이라는 인디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포인트 앤 클릭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맞죠..?). 선택지를 따라가며 주어진 미션을 해결해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추리 장르입니다. 영화 <서치>처럼 디지털 세계 속 단서를 추적하는 느낌이죠.
플레이어인 동생은, 국민 아이돌과 엮여 사이버불링을 당한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언니의 복수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자신도 팔로워가 많은 힘 있는 사이버 렉카가 되어, 언니의 신상을 나르고 공격했던 악플러와 사이버 렉카의 논란거리를 찾아 폭로하는 것이죠. 게임은 이 큰 줄기를 따라가면서, 팔로워를 모으기 위한 자잘한(?) 의뢰도 해결합니다.
아래는 인상적인 점 세 가지.
① 하이퍼리얼리즘이라 섬뜩하고 위트 있음. 있을 법한 사건들과 있을 법한 사람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편들고, 싸우고, 주장하고, 욕하는 사람들의 반응과 SNS에 있는 신기하고 이상하고 평범하기도 한 '자아'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② 가상의 SNS 페이크북 속 사진이나 메시지 등은 AI로 생성. 아무래도 이런 게임을 만들 때 실존 인물 사진과 텍스트를 사용하면 구현도 쉽지 않고 부가적인 문제도 많을테고... AI를 도구로써 사용한 예가 아닐까 싶어요. 근데 실재 인물과 인플루언서 계정도 플레이하다 보면 만날 수 있습니다. 텀블벅 후원 리워드로 NPC 출연이 있었던 듯.
③ 나=플레이어, 게임에 몰입하며 고민할 수밖에 없어지는 캔슬컬쳐와 소셜미디어 문화에 관련된 여러 문제들. ㅠㅠㅠ 중간에 플레이어(저)한테 메시지로 악담 오거든요? 가짠 줄 아는데도 기분이 괜히 이상해요.
오늘의 의견함 ⎆애정 필터
애정 어린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본 경험이 있나요? 또는 나를 그렇게 봐준 사람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