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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말의 사유: ⎆납작 엎드리는 건 사자
안녕하세요, 생각씨앗입니다.
설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늘어져 있다가 이제야 정신을 차리게 됐습니다.
이번 레터 주제는 성경에 등장하는 요셉의 형제 유다를 떠올리다 정하게 되었습니다. 유다는 아버지인 야곱에게 사자와 같다며 축복을 받아요. 통치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죠. 사자를 생각하면 뭔가 군림하고 지배하는 이미지라 그런 걸까 싶었는데, 의외로 엎드려야 할 때 납작 엎드리는 면모가 그에게 있음을 알게 됐어요. 막냇동생이 죄를 지은 듯한 상황이 벌어지고 처벌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유다는 자기가 대신 벌을 받겠다고 해요. 동생을 탓하지도 않고 변명하지도 않고, 자기가 전부 감당하겠다고 합니다. 이 행동으로 결국 모두를 구할 수 있었죠.
그러니까, 저는 이걸 보면서 '아, 사자는, 어떤 영역이든 강자라고 느껴지는 이들은 엎드릴 줄 아는 사람이겠구나. 엎드릴 줄 알아야 사자가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욕심과 나의 옳음을 내려놓은 몇 가지 장면들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그럼 다가오는 2월도 사유합시다.
2025-01-31
추신.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이 많길래, 본문은 줄 나눔을 좀 더 했습니다. 여는 글의 글자 크기도 14px로 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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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일단 성공하고 봐야 된다! 너의 꿈을 실현하려고 여기 들어온 게 아니다.
지: 성공하고 봐야 된다.
나: 너 잘 돼야 네 꿈도 실현시켜주지.
유: 근데 진짜 맞는 얘기야.
지: 프로그램이 잘 되어야... 그 얘기지.
유: 여기서 안 되면 그냥 어떤 분야든지 그렇지만 쳐다도 안 봐요.
나: 네가 진짜 마음속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한 2개 정도 회사에서 하라는 거 해서 히트를 시켜. 그다음에 조심스럽게 네가 말을 꺼내 봐. 나 이런 거 하고 싶어요.
지: 자기 걸 그때 하는 거구나.
나: 왜냐하면 저는 그런 사람 너무 많이 봤어요. 피디가 됐으니까 아 저 이런 거 하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배정하니) 요거는 하기 싫은데요.
(...)
해보니까 다 이 세상에 그 순간에 이게 내가 좋고 싫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성공시키는 게 중요한 거예요. 그래야 내 옵션이 생기는 거지. 내 옵션을 먼저 하고 잘된 사람은 전 별로 본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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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뜬의 콘텐츠 핑계고에서 나영석 피디는 업계 이야기를 했습니다. 현재 나영석 피디는 에그이즈커밍이라는 제작사를 이끄는 대표 중 한 명이기도 하죠. 회사 운영에 참여하게 되면서 어려운 점은 없냐는 유재석의 물음에, 나영석 피디가 꺼낸 말이 이 부분입니다. 회의 시간에도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편이라며 "일단 성공하고 봐야 된다!"라고 말한다고 해요.
기다림이 필요하고 기다리는 동안 썩 달갑지는 않아도 주어진 일을 착실하게 해내는 과정이 필요하죠. 이 과정을 거쳐야, 이후 내게 맡겨질 일에 온전한 나의 권위가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겨서 얻어내면, 주는 사람으로부터 두고 보자라는 마음밖에 안 생기죠. 반면 기다려서 얻어내면, 주는 사람은, 설령 수치상으로 성공적인 결과가 그려지지 않을지라도, 성실한 수행이 기반이 될 때 일단 믿어보게 될 겁니다. 그러면 이때부터 이 일은 온전히 내가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결정권이 온전히 자신에게 있는 거죠.
제가 그! 내 옵션을 먼저 하는 별로 잘되지 않은 사람으로서, 와닿는 말이었습니다. 꾹 참고 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때 괴로워하지 않고 이 마인드로 했었으면 지금쯤 뭔가 달라졌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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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쓰는 직업 | 곽아람 | 마음산책
"어떻게 20년을 버틸 수 있었냐고 누가 묻는다면, 훌륭한 기자가 아니어서라고 답하고 싶다. 방황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고, 성공에 대한 욕망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기대감 없이 일을 일로만 대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일에 대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에 지나치게 매몰되지도, 상처받지도 않을 수 있었다." (217쪽~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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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기자로 20년간 일해 온 곽아람 기자의 에세이. 저자는 내려놓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훌륭하지 않아서, 라는 말은 나의 부족함을 충분히 알았다는 말이려나요. 그러니 내려놓을 수 있었고, 그래서 버틸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무려 20년이 흘러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제겐 너무 훌륭하게 느껴지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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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 오빠도 어제 그랬어요. '넌 스튜디오에서 더 약해지는 법을 배워야 해' 제가 쉽게 못 하는 일이에요."
- 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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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블랙핑크 다큐멘터리, 로제의 자작곡 녹음 장면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녹음 중 자신 없어 하는 로제의 모습이 보이면서 프로듀서인 테디가 해준 말을 언급하죠. 자기 이야기로 곡을 쓰고 발표하는 로제의 요즘 행보를 보면, 이제는 스튜디오에서 충분히 약해질 수 있게 된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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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지욕은 (...)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라는 뜻이다. 큰 뜻을 지닌 사람은 쓸데없는 일로 남들과 옥신각신 다투지 않음을 빗대는 말이다. 당시 한신이 남들에게 겁쟁이로 보였을 그 한순간 치욕을 참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한신은 굴욕을 견디며 묵묵히 때를 기다린 덕분에 훗날, 자기 뜻을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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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하지욕 고사는 사마천의 사기 중 회음후열전에 기록되어 있어요. 한나라를 세우는 데에 큰 공을 세운 대장군 한신이라는 인물이 있죠. 젊었을 때 늘 칼을 차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난으로 어렵게 살아서 무시를 당하곤 했나 봐요. 어느 날 길에서 시비가 붙었고, 그 사람은 한신에게 "칼만 차고 다니는 겁쟁이"라며, 찌를 용기가 있으면 자신을 찌르고 지나가고, 못 하겠으면 자기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라고 한신을 위협하며 자극해요. 한신은 참고 가랑이 사이로 지나갑니다. 사람들은 그를 겁쟁이라고 비웃어요.
한신은 크게 되고자 했기 때문에 그치를 찌를 수 있었음에도, 고작 이런 시비 따위에 흔들려 죄인이 되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비록 지금은 치욕스러울지언정, 남의 가랑이 밑에 엎드리더라도 견뎌야 할 때라는 걸 안 거죠. 살다가 이런 때가 온다면, 그런데 참고 넘어가야 할 상황이라면, 과하지욕의 고사를 떠올려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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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더하기
1월에 본 영상물
🎬 러브레터 | 이와이 슌지
ㄴ 30주년 재개봉 기념으로 봤습니다. 유명세에 걸맞은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여주인공이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쓰를 반복해서 뱉어내는데, 그 감정이 제 감정이 된 것처럼 오롯이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그 대사와 장면이 명대사 명장면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첫사랑과 끝사랑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마음이 애틋해지는 작품.
🎬 중증외상센터 | 이도윤 | 넷플릭스
ㄴ 연휴, 아빠랑 같이 있을 때 3화 중반까지 보다가 껐는데요, 안 보는 척하시더니 그날 밤에 혼자 8화까지 다 보심ㅎ. 60대 사나이도 빈지워칭하게 만드는 드라마....
(+) 님들아 근데 <서브스턴스> 보신 분 있으신가요? 추천? 비추천? 제가 나까지 고통스러워지는 그런 장면 잘 못 보긴 해서 고민되네요... 버틸 수 있을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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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의견함 ⎆납작 엎드리는 건 사자
엎드려야 할 때가 있을까요? 있다면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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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정 어린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본 경험이 있나요? 또는 나를 그렇게 봐준 사람이 있다면? ///
📥 사진찍는 걸 좋아하는데 대상이 보통 사물이나 풍경일 때 잘 찍지, 사람을 잘 찍지는 않거든요, 애정없는거라고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도 하고 그랬죠. 그런데 언젠가 한 번 친구랑 사진을 찍으러 나갔어요. 사진 유학도 다녀온 친구라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고 찍혔겠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저한테 언니 사진 속 자기의 모습이 너무 좋대요, 애정이 느껴진대요 그게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그렇게 느끼고 말하고 좋아하는 게 너무 예쁘지 않나요, 어느순간부터는 못 찍어서 안 찍나 싶었던 사람 사진이었는데 한순간에 바꿔버리는 순간이었어요. 그렇게 힘이 있는거겠죠, 사랑은. 저는 사랑이 너무 좋아요, 사랑 얘기만 해도 너무 기분좋고 그래요, 아주 많은 다양한 사랑을 뜻하는 이야기들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 잘 봤어요. 기억을 떠올리게 해준 글이라 반갑기도 하네요 주제선정이 참 자주.. 마음에 와닿아서 자주 기대가 되고 바로 찾아 읽어 보게 돼요, 이 뉴스레터 보는 거 좋아요, 잘 읽을게요.
답장 💌 다른 것도 다 그렇겠지만, 사진이나 영상은 확실히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결과물에 적극 반영되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사랑할 줄 아는 것도 실력의 일부가 아닐까 싶네요.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을 찾아주는 사람은 귀하죠. 친구 분에 이입해서 말씀하신 내용이 그림처럼 상상됐는데, 따숩고 사랑스럽고 몽글몽글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소설 쓰게 되면 혹시 이 장면 좀 써도 될까요 헣. 그리고...❤️ 답장을 아니할 수 없었슴다... 이거야말로 저와 레터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이잖아요ㅠ.ㅠ 이 뉴스레터 보는 거 좋아요라는 문장에 또르륵. 항상 감사합니다. 진짜로!!!!! 항상!!!!! 증맬루!!!!! 이번 호는 이 메시지에 답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계속 할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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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아래는 지난 뉴스레터입니다. 미처 읽지 못했다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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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and 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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