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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초의 사유: ⎆우린 고슴도치가 아니라 사람인걸
안녕하세요, 생각씨앗입니다.
'고슴도치 딜레마'를 들어보셨나요? 인간관계에서 가까워지기를 원하면서도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모순적인 심리 상태를 설명하는 심리학 용어라고 합니다. 쇼펜하우어의 저서에 실린 고슴도치 우화에서 기원했다고 해요. 고슴도치들이 한겨울 추위를 피하려고 서로 가까이 갔지만 자기의 가시가 서로를 찔러서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대요. 추위는 반복되었고 고슴도치들은 또 서로를 가까이했죠. 또 아파하고, 다시 멀어지며,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임을 깨달았다고 해요.
요즘의 제가 고슴도치와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어요. 누군가와 가까이 가고 싶지만, 상처받기가 두려워 뒷걸음질 치고 마는. 그래서 나름대로 설정한 가장 적당한 거리를 두고 상대를 대해요. 어느 날은 이게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날은 이런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너무 싫어. 사람이 너무 싫어. 친구도 너무 싫어. 사실은 너무 좋아. 내일이 맑다면 그걸로 됐어. 내일이 온다면 그걸로 됐어. 네가 웃을 수 있다면 뭐든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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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록밴드 미세스 그린애플의 춘수(春愁) 가사 일부입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가사가 이 자체인 게 더없이 좋았어요. 아래는 뮤직비디오.
(c)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 다락, 다나 | 카카오페이지
(몇 화인지 기록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이 자를 매우 쳐라... 아니, 봐 달라....)
"나는 인간이 싫다니까."
"그렇지만 싫다면서 이렇게 차도 내주셨잖아요."
"기본적인 예의다, 예의!"
"그런데 왜 마법 교류 연구를 그렇게 열심히 했어요?"
"마법사가 마법 연구를 하는 게 뭐?"
"사실은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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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페이지 로맨스 판타지 웹툰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에 등장한 대사입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조력자가 되어줄 은둔 고수 할아버지를 설득하며 하는 말이에요. 그에게는 "사람을 이롭게 하고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특정 사건을 계기로 세상과 교류를 끊게 돼요.
⌇적당한 거리감은 다정하지만
(c) 옆자리 괴물군 | 로비코 | 대원씨아이 (7권)
"왜... 그런 소릴 하는 거야? 시간 낭비라니.... 오빠는 내 가슴 가득 박혀 있던 가시를 모두 빼줬어. 나한테... ‘좋은 사랑은 사람을 둥글게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말한 건 오빠잖아. 아, 아까도 그렇고 늘 다정하게...."
"...내가 너한테 다정한 건 너의 그 가시에 정면으로 마주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야. 난 너희와 마음으로 공감하거나 사소한 일로 반발하거나 진심으로 마주 웃어주거나 그러지 못해. 그래서 그렇게 자상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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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옆자리 괴물군' 7권에서 여자주인공 친구가 짝사랑 상대에게 하는 말입니다. 상대 남자는 남자주인공의 보호자 노릇을 하고 있는 사촌 형입니다. 학원물 순정 만화이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고등학생이고 이 대사를 하는 남자는 사회인이죠. 그는 사촌 동생과 동생 친구들에게 적당한 거리감으로 대합니다. 그가 설정한 거리가 누군가에겐 다정함이 되었습니다.
가시에 가까이하지 않은 건데 가시를 빼줬다는 느낌을 받다니. 내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 같은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 정작 이 사람은 가까워지기 싫어서 그렇게 한 거라니. 적당한 거리감은 다정하지만, "진심으로"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순 없는 것. 참 어렵습니다.
❍ 그리고 생각나는 영화
ㄴ 클로저(Closer) | 마이크 니콜스
나탈리 포트만의 "안녕, 낯선 사람(Hello, Stranger)"과 "사랑이 어딨어?(Where is the love?)"라는 대사로 유명한 영화죠.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인연과 관계의 끝이 그려집니다. 낯선 관계는 가까워지고 더 가까워질수록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낯섦과 익숙함 사이에서, 사랑을 저울질하고 진실을 추궁하는 사람들. 적당한 거리감과 적당한 믿음?!
❍ 생각 더하기
오늘 레터는 제법 칙칙했으니 로맨틱한 노래 추천합니다. Fly by midnight의 Different Lives. 널 만나기 전과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널 만나 변했다. 대강 그런 내용의 가사입니다. 끌리면 들어보셔요.
📥 내려놓는다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모두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되네요, 요즘 많이들 와닿아 할 이야기같아요, 해야할 일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냐 가 나이대의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뚜렷하게 보여지는 일들이 있잖아요. 본업을 못 하는 거엔 너무 당당해하면서 권리만 요구한다든지 못 견뎌내서 자기방어만 하든지 말이에요.. 사실 지금 중간에 경험과 생각을 더 썼었는데 쓰다 보니 격해져 말을 줄입니닿ㅎ... 저도 mz세대고 이제 서른 몇이고 하니 라떼는 할 일도 아니고 다만 오히려 가까이서 더 진솔한 이야기, 진짜 일화를 겪고 보고 하다 보니 왜 특징이라 불리는지는 알겠으니까요. 단순한 일반화는 아니긴 한데 그래도 마음가짐에 대해서 분리는 시켜야 할 것 같아요. 괴로워하는 건 감정과도 연결되어 있으니까 다 참으라고만 할 일은 아니니까요 , 다정한 사유의 길에서 써도 되는 내용이 아닌가 싶긴 하지만 ,, 글이 올라가는 것도 감당될 만큼,, 아래 글과는 너무 다른 느낌이라 놀라실 것 같아 싶다가도,, 솔직한 생각 남기고 갑니다.
답장 💌 그러네요. 책임감. 실은 이 내려놓음과 받아들임이라는 게 넓게는 내 삶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과하지욕 고사도 한신이 제 삶을 생각해서 한 일이었으니 말이죠. 삶에서 일이 큰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특히 '일'에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그 실천 양상이 잘 보이는 듯.... 그리고 분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해요. 괴로워서 몸과 마음이 시들어 가는데 참는 건 능사가 아니지요. 짚어주셔서 레터 보완되는 기분. ㅎ.ㅎ 솔직한 생각 ★대환영★입니다. 나누기 불편하지 않으신 선에서 얼마든지 나눠주세요. 다정한 사유, 그거 다~ 제가 그렇지 못해서 그런 척 하는 컨셉입니다(이러고~ 근데 사실임)👂🏻 다 드루와요.
📥 까라면 까라는 표현이 생각났어요. 별로 좋은 말은 아니지만은요, 그리고 딱히 좋은 관행도 아니지만요, 오늘 내용처럼 생각하면 마인드적으로는 이런 식의 마인드도 좀 필요는 할 것 같기도요. 근데 이거를 빌미? 삼아? 이용하게 되면 또 안 되는 거고, 불합리한 일이 실제로 생기잖아요. ㅠㅠ 심지어 너무 많잖아요. 상황에 맞게 판단을 잘 하는 게 중요한듯함.
답장 💌 동의합니다~ 재청합니다~ 역시 레터 보완되는 기분. '무조건'이라기보다는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할 때도 있다'랄까요. 이게 그저 내 고집에 불과할 때는 내려 놓아야 할 때인 경우가 아마 있을 것이고.... 부조리, 불합리를 참아야 한다는 건 NONONO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