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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말의 사유: ⎆포기도 가끔 해
안녕하세요, 생각씨앗입니다.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라는 말 들어보셨겠지요. 오늘은 포기는 배추 셀 때도 하고 가끔 그냥도 하라는 말을 해보려 합니다.
OTT 서비스 '왓챠'는 작년 3분기, 첫 흑자 전환 성공을 발표했습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적자 누적으로 우려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어떻게 보면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끌고 와서 흑자를 낸 셈이지만, 흑자 요인 중 하나로 이걸 꼽기도 하더라고요. "왓챠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최소화함."
요리에서도 저는 귀차니즘이 심하다는 걸 제 스스로 알고, 간장이든 설탕이든 이런 걸 똑똑하게 조합해서 맛있는 양념장을 만들 정도의 솜씨가 안 돼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대기업 맛을 이용해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은 간편하게 하고 내가 스트레스받지 말고 즐기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자.
라이프 신념이 좀 묻어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 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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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덱스의 시판 소스 지론이랄까...(제가 방금 만듦). 다들 감 잡으셨겠지만 소스를 사서 쓰냐 만들어 쓰냐의 가치판단을 하려는 건 아니고요. 제가 주목한 부분은 "스스로 알고"였어요.
덱스는 본인이 요리는 좋아함에도, 양념장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요리에는 별로 흥미도 없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듯해요. 그걸 알고 중요성의 무게를 잰 거죠.
궁극적인 목적: 요리의 A to Z를 해내고 싶기보다는 뭔가를 맛있게 만들어 먹고 싶음.
내 역량과 나라는 사람의 가치관: 양념장까지 만들 자신 없음. 이거 하다가 스트레스받는데, 그런 거 가지고 스트레스받기 싫음.
할 것: 양념장 그냥 사고 나머지는 내가 함.
안 할 것: 양념장 만들기 안 함.
내가 하고 싶은 게 궁극적으로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고, 그걸 하기 위한 나의 역량을 가늠합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것을 판단합니다. 집밥에 관한 말이었지만, 삶에 적용해 봄 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중요한 건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것. 그래야 포기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들여야 할 공수를 가늠할 줄 아는 것, 얼마간 그리고 꾸준히 품을 들일 용기가 있는 일인가 없는 일인가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이 포기를 위해 선행되어야 해요.
"우리가 욕심이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하려고 하다 보니까 꼬여 버린 거 같아. 지금 완전히 바꾸는 건 불가능하니까 포기할 것들은 포기하면서 깔끔하게 가는 게 (...) 우리가 두 개 다 잡으려다가 둘 다 못 잡은 게 되니까 하나 버리고 하나 제대로 잡자 이거야."
- 전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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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에서 방영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PROJECT 7에서 팀 경연을 위한 연습을 하다가 나온 말입니다. 참가자 중 한쪽은 무리해서라도 눈길을 잡을 만한 안무들을 넣어야 한다, 한쪽은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를 주장했어요. 기한 내에 최선의 결과를 선보여야 하는 서바이벌 특성상 자주 등장하는 갈등이기도 하죠.
⌇기물을 떠나보낼 결심
제가 흰색이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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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하면 체스를 하던 때가 있었어요. 체스는 킹을 지키는 게임이잖아요. 그래서 킹만 지키면 돼요. 다른 기물은 킹을 지키고 상대 킹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되는 패, 도구나 다름없습니다. 기물에 따라 이동 범위나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와 내 기물의 이동 가능성을 생각해서, 어떤 기물을 지금 '쓸' 것이냐를 결정해야 이길 수 있어요. 처음엔 이게 적응이 안 돼서... 무작정 기물들을 안 죽이는 길만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게임이 될 리가 있나요... 내가 앞세워 보낸 기물로 다른 기물을 보호하기도 하고 킹 앞에 갈 수 있는 기물의 공격 길을 확보해 주기도 해야 하는 게임인데. 버릴 건 버려야 한다는 걸 절절히 배운 게임이었습니다.
❍ 그리고 이렇게나 포기가 제 사전에 없는 사람도 있다....
ㄴ 더 폴: 디렉터스 컷 | 타셈 싱
원작인 불가리아 영화 판권 구매에 15년, 로케이션 장소 섭외에 17년, 주인공 찾는 데에 7년, 촬영 4년 반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 영화 시각적 연출이 끝내주는데 CG가 하나도 없고 다 로케이션 촬영이라네요. 저 영화 보고 찾아봤다가 밑에 글 진짜 표정 ㅇ0ㅇ 이러면서 읽음. 감독의 찐 광기(P)를 느꼈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 같아요(?)
ㄴ 정말ㅎ 만든 이의 광기는 반드시 전해진다.... 꼭 영화관에서 봐야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즐겁게 봤습니다. 주인공들이 천일야화처럼 이야기를 통해 의미 전달을 해요. 알렉산드리아라는 아이의 마음이 울림을 줍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소중해진 사람을 살리려는 마음. 그 사람의 속내도 모르면서 말이죠. 막바지 주인공들의 대화 장면이 명장면입니다.
🎬 멜로무비 | 연출 오충환, 각본 이나은 | 넷플릭스
ㄴ 확실히, 감정에 대한 서사를 쌓아주는 게 로맨스의 설득력이구나 싶었습니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데에는 개인의 삶의 여러 요소가 반영되기 마련이이고 그걸 잘 녹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미키 17 | 봉준호 ㄴ 재밌습니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위트있게 녹이는 능력은 탁월하신 듯. 친절하고 재미있는 영화라는 생각. 저는 미키 17, 18, 등등 우리 안에 있는 많은 '나'들이 표현되는 방식과 그것들 중에 어떤 부분이 부각되어 나를 이루는 포인트가 좋았네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처받을 용기가 있어야 해요. 예전에 연애에서 큰 상처를 받아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피하게 된 적이 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어느 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기로 마음먹고 그 자리에 나갔어요. 솔직히 처음엔 정말 불안하고 두려웠어요. 하지만 그 상처가 저를 갉아먹고 있다는 걸 알았고, 내버려두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모임에 가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열렸습니다. 그 모임이 생각보다 지속되었어요. 어색하고 불편한 순간도 있었고, 어떤 말들은 다시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지만, 그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요. 다시 사랑을 믿게 되었고 진정한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죠. 이게 우리가 서로에게 다가가고 상처받을 용기를 내야 하는 이유예요. 상처받을 위험이 있더라도,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살아가야 하니까요. 결국 그 과정에서 진정한 관계와 이해가 생겨나는 것 같아요.
답장 💌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처가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부분이 공감이 되네요. 타인에게 받은 상처는 그 사람을 향한 미움이 되고, 이거야말로 딱히 도움되는 감정은 아닌 것 같군요...
📥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것처럼 슬픈 일도 없어요ㅠㅠ 한 번 상처 받은 기억이 있으면 극복하지 못하는 거예요. 저는 방어적이기도 해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편이에요.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달까요ㅠㅠ
답장 💌 그렇네요. 내가 준 마음을 보답받지 못하면 분노나 화보다는 상실감 같은 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허탈하고, 괜히 팍팍해진달까요. 그런 점에서 저도 남에게 상처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쉽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