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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말의 사유: ⎆오후 세 시의 수치
안녕하세요, 생각씨앗입니다. 컴백~ ^ㅇ^
5월의 어느 날, 언니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친구 중에 구 페르시아 제국 영토의 국가 출신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우리 페르시안들은 남 밑에서 일하지 않아. 왜 회사에 들어가야 하지? 자기 사업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대학 → 취업 루트가 당연한 한국과 다르다고 느꼈다는 에피소드였죠.
그리고 역시 5월의 어느 날, 엄마가 지인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지인의 딸이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는 프리랜서인데 지인은 딸이 회사에 취직하지 않는 것 때문에 답답해서 한소리하고 그러면 딸은 또 엄마가 답답해서 티격태격한다는 이야기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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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의 수치'는 바로 위의 책(『수치심 탐구 생활』)에서 따왔습니다. 이따 소개할게요. 위 아래로 엄청나게 접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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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고,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든 그렇지 않든 (불법적인 게 아니라면) '잘못된' 건 없는 거 같은데, 뭔가 정해진 답이라는 게 있는 거 같고 그 정답에 속하지 못하는 저는 5월 내내 뭔가 '잘못된' 기분을 느끼곤 했습니다. 실은 전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회사 안 다니는 나' = '안 대단한 사람'이 되어 버린달까요. 그렇다고 대단해지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왜 혼자 상처받고 마는 걸까요?
하여튼 그래서 일하는 것에 대해 두루 생각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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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월날씨의 『수치심 탐구 생활』 (왼쪽주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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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일반적인 조직생활)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부끄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 나름의 확고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에서 상정하는 일반 노동자가 아닌 조금 어긋난, 조금 부족한 노동자가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왠지 모르게 나를 숨겨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23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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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쯤 집을 나서서 병원에 가거나 은행 업무를 처리하거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거나 허리 통증을 줄이기 위한 산책을 하거나 택시를 잡아타고 운동 스튜디오로 향하는 일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부끄럽다. 남들이 한창 일하고 있을 시간인 오전 아홉 시에서 오후 여섯 시 사이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신경 쓰인다."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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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치심 탐구 생활』은 그 부제처럼 완벽주의와 자기의심을 견인하는 내면의 뿌리, '수치심'을 다루고 있습니다. 에세이는 작업실의 확정일자 받기를 잊은 저자의 경험으로 시작합니다. 집주인에게 문자가 오고 나서야 확정일자를 받아야 했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때 저자는 "창피함이나 민망함이라고 하기에는 뭔지 모르게 선을 넘어서는 강렬한 감정이 올라오고 있었다"(11쪽)라고 서술합니다. 고작이라고 표현할 만한 이런 일에 울화에 가까운 감정이 치미는 경험은 제게도 있었고, 펼치자마자 열심히 읽었네요.
'오후 세 시의 수치'는 책 233쪽에 있는 「오후 세 시의 수치심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따왔습니다. 저자는 프리랜서인 자신이 남들 다 일하는 시간 '오후 세 시'에 바깥을 돌아다니는 일의 수치심을 말하면서, 그런 자신을 보고 있을 타인의 생각이 신경 쓰였다고 설명해요.
저도 집에서 입는 옷에 슬리퍼를 신고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문득 '지금 이 동네에 점심 먹으러 나온 직장인은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상상해 본 적이 있는지라 오후 세 시가 갖는 상징성이 흥미로웠습니다.
책은 성취와 실수 사이에서 작아지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상황과 경험들을 작가 스스로 느낀 수치심에 기반하여, 학술적이면서도 내밀한 톤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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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빌스그룹이 운영하는 영화관 '무비랜드' (성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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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비랜드는 '일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책 『프리워커스』(알에이치코리아)의 저자로도 알려진 '모빌스그룹'이 운영하는 영화관입니다. 그리고 때마침 근로자의 날을 맞이하여 무비랜드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여 방문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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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주간에 2층에서는 '직업병 간이 진료소'라는 특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전태일의료센터와 협업하여 의사분들이 직접 오셔서, 직업병 진료(상담)도 해주시고 손목 테이핑 방법도 알려주셨답니다. *특별 프로그램이었고 상시는 아니에요.
티켓 가격이 2만 원이라 싼 가격은 아닌데,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관이었습니다. 티켓 수령할 때부터 웃음이 넘치는! (파워 E들에게 강추) 상영 시작 전 관람 주의 사항도 재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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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직업병하니 생각난... 다른 관점의 마음가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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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십오야의 '그림형제' EP.5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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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이 아니라 직업 축복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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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십오야의 예전 콘텐츠 '그림형제'에서 방문한 청강문화산업대의 정광조 교수 인터뷰입니다. 애니메이터로 일하기에, 매사에 사람들의 표정이나 동작 등의 디테일을 관찰하고 적용할 거리를 생각한대요. 이에,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이어졌고, 그는 "직업 축복"이라 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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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랜드에서 나초만 먹고 오진 않았고ㅎ.ㅎ 영화도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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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땠어?"
"좋았어요. 기사님은요?"
"똑같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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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나면 바깥은 완전히 다른 공간이다."
³
"그녀는 돌아올 거야."
"돌아오면요."
"거기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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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달리고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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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에 입사하게 된 주인공 크리스티앙. 위험한 과거가 있어 보이지만, 현재는 성실하게 지게차 운전을 배우며 신입사원다운 면모로 직장에 적응해 나갑니다. 영화는 인 디 아일(In the Aisles)이라는 제목처럼 마트의 네모난 복도, 사무공간, 선반을 오고가는 지게차와 직원들의 모습을 비춥니다.
주요 인물은 세 사람으로 이들이 가진 '일'에 대한 관점은 서로 다르고, 이는 영화가 조명하듯 그들의 삶과 유관합니다. 세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렇다면 과연 나에게 일과 일상이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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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오 소라의 <해피엔드>
ㄴ 왐마마... 맛있는 짬뽕 정말 오랜만. 정치와 권력, 재난과 안전, 감시와 디지털에 하이틴을 버무린. 누군가는 짬뽕이라 싫다지만 전 해물짬뽕에 야채 맛이 많이 나도 맛있으면 그게 더 대단하지 않은가 생각하는 사람이외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정 얘기를 우정 얘기로 해줘서(?) 감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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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의견함 ⎆오후 세 시의 수치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두에게 월요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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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클릭하면 의견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아무 얘기 환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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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사유서 의견함에 담긴 말들에 답장을 보내요. (*답장할 때는 맞춤법 신경 안 쓰고 카톡 보낼 때처럼 쓰고 있어요.)
/// 오늘도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응원합니다🖤 ///
¹ ✉︎
혜현님 잘 지내시나요 보고싶다는 생각 호호호 매번 잘 읽고 있어요! 뉴스레터 신청해둔 게 많아서 점점 더 안열어보는 게 많아지는데 사유서는 꼭 읽어봐요. 오늘은 사랑과 응원은 똑같다해서 사랑과 응원을 함께 보내보고 싶어졌어요! 언제 영화 또 같이 보고 싶어요!
✉︎↩︎ 왐마 ㅋㅋㅋㅋㅋ 이렇게 사랑받고 있었을 줄이야. 주신 사랑 듬뿍 수령 완료. 넘나 행복하네요 ^0^ 와아. 저 정말 이거 완전 초창기에 시간이 지나도 계속 열어보게 되는 레터였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기쁩니다요. 영화 뭐 보까요!!!!!!
² ✉︎
저는 종종 엄마한테 짧은 편지를 써요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 하고... 뭐 많은 자식들이 뭐... ㅎㅎㅎㅎㅎㅎ.. 그래도 한 번씩, 별 얘기는 아닌듯 쓰는데 사랑한다는 표현없이도 사랑을 말하기에 포함될까요? 응원은 분명 사랑이에요, 오늘의 소개 다 잘 봤어요 은영님의 유튜브도 노래도 책도, 궁금한 책들이 많네요 안그래도 며칠 전 한강 작가님의 신작과 김장하 선생님의 취재기 책을 사놓고 사람을, 사랑을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세상에는 정말 많은 얘기가 있네요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 ㅋㅋㅋㅋ! 저번에 지인들이랑 부모님한테 사랑하다고 말하냐 안 하냐는 주제로 떠든 적이 있는데 그때 생각이 나네요. 근데 뭐... 당근 사랑을 말하기에 포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지금 사랑한다는 말 없는 이 메시지에 깃든 사랑을 받았기 때무네... ❤︎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 없이 사랑을 전하는 게 사실 딱 그 말로 전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저는 이 글의 사랑을 먹고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요. 저를 따라 탐방해주셔서 뿌듯합니다. 그나저나 저도 김장하 선생님 책 궁금하던데!!! 어른 김장하 다큐도 보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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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아래는 지난 뉴스레터입니다. 미처 읽지 못했다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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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이제 블로그 열심히 할 거예요... (아마도) 인스타그램도 (아마도).... 내가 이랬고 저렇게 했어 말하는 거 못하겠어요.... 그렇지만 오늘 출판사 메일로 메일 한 통을 받았거든요. 그 메일을 읽고 깨달은 바가 있어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마음을 주는 게 생각 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고, 이걸 잘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면 해봐야 된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여전히 '...' 만 찍고 있는 이 상황.... 노력해 봐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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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and 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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