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대상의 그루밍 범죄에 대한 내용이다. 영상에서는 이 범죄자들이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대하며 다른 어른들이 잘 하지 못하는 라포 형성에 능숙하다고 설명한다. (이 점이 긍정적이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취약점을 알고 악용한다는 맥락)
아이들은 자기에게 상냥하게 다가와 어떤 말이든 귀 기울여주던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을 때 단호하게 거부하거나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그간의 친절이 진심이 아니란 것을 의심하지 못하거나 의심하기 싫고, 되레 그 친절을 의심한 자기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아이가 대화를 이어나간 이유를 아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호감을 받은 것"이라고 답한다. 아이가 자기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기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다고 해서 마음이 미어졌다고 했다.
이게 사랑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슬펐다. 아이들이 자기의 말과 생각이 그 자체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하지 못해서 자기 말을 그냥 아무런 평가 없이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나타나자 마음을 쏟는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는 사람은 그 감정을 악용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니.
그래서 어쩌면, 유병재의 무공해는 빛의 세계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봤다. 거기에 사연을 보내서 실없는 소리를 하는 아이들도 그게 실없는 소리인 줄 알 거다. 그냥 자기가 하는 우스운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는 사람과 또다시 맞장구를 치고 싶은지도.
뭘 그런 걸 해. 또는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같은 말로 초 치는 사람들 말고, 뭘 그런 걸 해. 할 거면 같이 해. 라거나 뭘 그런 걸 가지고 그것밖에 화가 안 나고 그래, 나였으면 더 화났다. 처럼... 그냥... 그냥 그 순간에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해야만 한다.
어른들도 자기 말에 맞장구쳐주는 사람을 원하면서, 아이들의 깔깔이나 투정에는 우리의 맞장구가 왜 그렇게 박한지.
옳은 소리보다 더 나은 헛소리가 있는 법이다. 그야 당연히... 필요한 나이에 필요한 지도편달이 있지만. 우리를 웃게 하는 것들은 옳은 소리보단 농담이고 푸념에 덧붙은 욕이며, 인생에는 그런 웃음이 필요하다.
☀︎ CURATION: 사랑의 균형이란 더 많은 맞장구를 치는 일
☀︎ ☀︎ BOOK: 나츠메 소세키 | 도련님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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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은 성정이 곧고 천성이 참 훌륭하세요."
(키요 할멈이 도련님에 대해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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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츠메 소세키의 <도련님>에는 천방지축 둘째 도련님을 늘 칭찬하고 지지하는 하녀 할멈 키요가 등장합니다.
여러분에게는 자기가 무엇을 하든지 잘한다, 네 성품이 귀해서 그렇다, 맞장구를 쳐주는 사람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