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게 읽은 책 중에 『진짜공간』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아카이브 형식의 책이라면 이랬으면 좋겠다는 제 취향을 충족해 준 책입니다. 뒤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우리에게 '진짜 공간'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진짜 공간'이 뭐냐고 묻는다. 내가 가꾸는 나만의 공간도 진짜 공간일 테고, 실제 존재하고 있는 것도 진짜 공간이다. 반대로 '가짜 공간'은 '정통 유럽식 고품격 럭셔리'를 비롯한 허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리한 공간, 매체에서 부추기는 욕망으로 만들어진 공간, 나를 닮지 않은 어색한 공간, 사람들의 삶과 동떨어진 공간..."〉
📚 홍윤주의 『진짜공간』 (프로파간다)
저자는 계획되거나 정형화되지 않은 도시의 진짜 공간들을 탐색합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제가 그간 발견한 동네들을 소개합니다. 핫플을 찾아다니고 익숙한 동네를 돌아다니지만, 정작 몰랐던 동네들. 그래서 신기했던 동네들, 장소에 대한 기억과 역사가 여전히 살아있는 동네들입니다.
⎯ 몇 년 전 방문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현대차 시리즈로 《미지에서 온 소식 - 자유의 마을》이라는 작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전시장에는 배우 박정민과 박진영(갓세븐)이 출연한 영상 작품이 큰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었어요. 이때만큼 집중해서 본 작품은 지금까지도 없습니다. (영상을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네요.) 자유의 마을은 이 전시에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전시를 볼 때까지만 해도 저는 '자유의 마을'이라는 테마 자체를 작가가 만든 허구의 공간으로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로 생경했어요.
대성동 자유의 마을은 비무장지대에 있는 특수한 마을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행정구역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군인들이 때마다 돌며 주민들이 있는지 체크하고 야간 통금도 있습니다. 외부인 출입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결혼과 이주에도 제약이 따릅니다. 그렇지만 이곳은 '자유의 마을'이라 불립니다.
이곳에 남아 있는 대부분의 주민은 전쟁을 몸으로 겪은 세대입니다. 삼엄하면서 평화로운 이곳에서 계속 살아가는 이유는 전에도, 그리고 정전 후에도 그저 그들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